[판례 해설]
대법원 2026. 6. 5. 선고 2026므10105 판결
혼인신고 없이 오래 함께 살다가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재산 정리를 미루는 사이 상대방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대방 명의로 된 집과 예금은 이제 자녀들이 상속받았습니다.
이럴 때 “이제 와서 누구한테 달라고 하나” 하고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올해 6월 대법원이 이 질문에 분명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어떤 사건이었나
원고는 망인과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가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그 뒤 망인이 사망했고, 원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피고를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두 사람이 헤어질 때 이미 재산 정리를 합의했다”고 다퉜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그런 합의가 있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재산의 취득 경위, 기여도, 사실혼 기간 등을 따져 분할 비율을 원고 40%, 망인 60%로 정했고,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2. 대법원은 왜 청구를 받아줬을까
대법원의 논리는 두 단계입니다.
첫째, 사실혼에도 재산분할 규정이 적용됩니다.
우리 민법은 부부라도 자기 명의 재산은 각자 것으로 봅니다(부부별산제). 그러다 보니 한쪽 명의로만 재산이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산분할은 이를 보완해, 헤어질 때 명의와 상관없이 실제 기여한 만큼 나누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사실혼도 혼인신고만 안 했을 뿐 부부로서 함께 산 실체는 같으므로, 이 규정을 그대로 끌어다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1995년부터 이어져 온 입장입니다.
둘째, 재산분할 ‘의무’는 상속됩니다.
재산분할청구권에는 부양이나 위자료 성격도 섞여 있어서 “행사상 일신전속권”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청구할지 말지는 본인만 정할 수 있는 권리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재산분할의 본질은 함께 모은 재산을 헤어질 때 정산하는 데 있습니다. 한쪽이 먼저 죽었다고 그 정산이 없던 일이 되면 불공평합니다. 그래서 나눠 줘야 할 의무는 상속인에게 넘어간다고 봤습니다. 법률혼 이혼 사건에서 올해 1월 먼저 이 법리를 밝혔고(대법원 2026. 1. 15. 자 2024스876 결정), 이번 판결에서 사실혼도 마찬가지라고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혼관계 해소 후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면 그의 재산분할의무는 상속인들에게 승계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혼관계에 있던 당사자 일방은 사망한 전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3. 주의할 점 – ‘언제’ 끝났는지가 핵심입니다
이번 판결은 헤어진 뒤에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입니다. 함께 살던 중에 상대방이 사망해 사실혼이 끝난 경우는 다릅니다. 대법원은 그 경우 생존한 쪽에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도 없습니다.
결국 같은 “사실혼 배우자의 사망”이라도, 관계가 이미 정리된 상태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사망 전에 이미 헤어진 상태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로 살기 시작한 시점, 주고받은 연락, 짐을 뺀 기록 같은 자료를 잘 모아 두셔야 합니다.

기한도 챙기셔야 합니다. 재산분할은 이혼한 날부터 2년 안에 청구해야 하고, 사실혼에서는 관계를 해소한 날부터 2년으로 봅니다. 상대방이 사망했다고 이 기간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4. 정리
✔ 사실혼도 헤어질 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헤어진 뒤 상대방이 사망해도 청구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상속인을 상대로 청구하면 됩니다.
✔ 다만 함께 살던 중 사망한 경우라면 재산분할도, 상속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 사실혼 해소일부터 2년, 이 기한은 꼭 지키셔야 합니다.
사실혼 관계의 재산 문제는 “언제, 어떻게 끝났는지”부터 따져야 방향이 잡힙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기한이 지나기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예헌 김지효 변호사는 직접 상담하여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