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사용·수익이 배제된 순수 담보 목적의 전세권설정등기는 무효, 대법원 판결의 판단과 법리

대법원은 최근 판결들을 통해 전세권을 '담보용'으로만 설정한 경우, 그 등기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임대차보증금 담보 목적 전세권에서 연체 차임을 누구에게 공제 주장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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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세권은 '사용·수익'과 '담보'를 함께 갖춘 권리임.

민법 제303조 제1항에 따라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며, 그 부동산 전부에 대해 후순위권리자보다 전세금을 우선변제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즉 전세권은 용익물권과 담보물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집니다.

대법원은 목적물의 인도가 전세권의 성립요건은 아니므로, 주로 채권담보 목적으로 전세권을 설정하고 당장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았더라도 장차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아니라면 전세권은 유효하다고 봅니다. 또 전세금이 반드시 현실적으로 오가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기존 채권(예컨대 이미 지급한 임대차보증금)으로 전세금 지급을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8508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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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용·수익을 완전히 배제한 '순수 담보용' 전세권은 무효.

그러나 대법원은 사용·수익 가능성이 처음부터 전혀 없는 경우에는 달리 판단하고 있습니다.

먼저,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다40235, 40242 판결은 리조트 내 식당에 설정된 전세권이 문제된 사안입니다. 이 전세권은 다른 지역 식당 임차인의 보증금을 담보하려고 설정된 뒤 여러 차례 이전되었는데, 전세권자 누구도 해당 식당을 운영하거나 점유한 적이 없었고 소유자가 계속 식당을 관리·운영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전세권이 사용·수익을 배제하고 채권담보만을 목적으로 설정된 것이어서 물권법정주의(민법 제185조)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다267238, 267245 판결 역시 대여금의 담보로 채무자 건물 1층에 전세권을 설정한 사안인데, 채권자는 설정 당시 그 1층에 채무자 가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자신의 거주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전세권설정등기도 무효로 보고, 새 소유자의 말소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처럼 대법원은 전세권 설정의 동기와 경위, 설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채권의 발생 원인과 목적물의 관계, 전세권자의 사용·수익 여부와 그 가능성,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고려하여 사안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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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임대차보증금 담보 전세권은 유효함. 다만 이 경우 '연체차임'이 문제될 수 있음.

상가 임대차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임차인 명의의 전세권설정등기를 한 경우, 대법원은 전세금 지급은 이미 낸 보증금으로 대신한 것이고 임차인의 사용·수익도 배제되지 않으므로 전세권설정등기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임대차보증금은 원래 연체차임 등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는 돈이므로, 당사자의 진의는 "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를 전세금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세권설정계약서에는 차임 약정이 없어 외관상 전세금이 연체차임으로 공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법원은 이러한 전세권설정계약이 임대차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범위에서 통정허위표시(민법 제108조)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다26853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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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3자에게 연체차임 공제를 주장할 수 있는지? 제3자가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짐.

통정허위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전세권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금융기관이나, 전세권부 채권을 가압류한 채권자가 있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위 대법원 2018다268538 판결에서는 월 차임 500만 원의 상가 임차인이 보증금 1억 원을 담보하려고 전세권을 설정하고 곧바로 그 전세권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후 임차인이 차임을 연체하고 파산하자, 근저당권자가 물상대위로 전세금반환채권을 압류·추심했습니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근저당권자가 설정 당시 그 전세권이 보증금 담보 목적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으므로, 임대인은 연체차임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원심처럼 전세권설정계약 전부를 무효로 보아 말소를 명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면서 파기환송했습니다. 연체차임을 공제하고도 남는 보증금이 있다면 그 범위에서 전세권은 여전히 유효하고, 근저당권자는 그 금액을 받을 때까지 말소를 막을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와 반대로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다233860 판결에서는 전세권부 채권을 가압류한 은행이 그런 사정을 알았다고 인정되지 않았고, 대법원은 건물 지분을 이전받은 원고가 선의의 제3자인 은행에게 연체차임 공제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담보용 전세권을 설정하여 줄 때 그 사정을 금융기관 등 제3자가 알 수 있도록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금융기관 등의 입장에서는 전세권을 담보로 잡을 때 그 전세권의 실질(임대차 담보용인지, 차임 약정이 있는지)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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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법무법인 예헌의 이계형 변호사

이처럼 담보 목적으로 전세권설정등기가 이루어진 경우 그 전세권이 무효인지 여부 및 그에 따라 법률관계를 어떻게 정리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복잡한 쟁점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경험 많은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전세권에 관하여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거나 분쟁이 발생하여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이계형 변호사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010-8904-5774, khl@yeh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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