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와 월세를 깎거나 면제받기로 약속했는데, 건물이 팔리거나 경매로 주인이 바뀌자 새 건물주가 원래 계약서대로 월세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이 문제에 대해 변경된 내용이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로 공시되지 않았다면 새 건물주에게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6다201494 판결)
1. 상가 임차인의 대항력이란
임차인은 건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다음 날부터 대항력을 갖고(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건물 주인이 바뀌어도 새 소유자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합니다. 그런데 계약 이후에 바뀐 내용까지 새로운 소유자(건물주)에게 주장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2. 사건의 개요 및 대법원의 판단
가. 사건의 개요
임차인은 2013년 공장 건물을 보증금 1억 원, 월세 40만 원에 임차하고 사업자등록을 마쳐 대항력을 갖췄습니다.
종전 건물주는 임차인에게 외상으로 산 기계대금 채무가 있었고, 이에 2013년에는 "기계대금이 일정액으로 줄어들 때까지 월세를 이자 일부로 대체해 받지 않겠다"는 각서를, 2018년에는 "채무를 갚지 못하고 있으니 임대료 없이 공장에 관한 모든 권한을 일임한다"는 각서를 써 주었습니다.
원고는 2020년 경매로 건물을 취득한 이후 임차인에게 월세를 청구했고, 임차인은 각서에 따라 월세가 면제되었으니 새 임대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원심판결은 임대차 내용이 차임 면제로 변경되었고 원고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했으므로, 임차인이 면제 약정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① 사업자등록은 임대차의 '내용'까지 공시하는 수단이다.
대항력 요건인 사업자등록은 거래 안전을 위해 임대차의 존재와 내용을 제3자가 명백히 알 수 있게 하는 공시방법입니다. 공시 효력이 있는지는 일반 사회통념상 그 사업자등록으로 해당 건물의 임대차 존재와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지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16. 6. 9. 선고 2013다215676 판결 등).
② 변경 사항은 정정신고를 해야 공시된다.
부가가치세법령에 따라 임차인은 사업자등록 때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제출하고, 보증금·차임·임대차기간이 바뀌면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해관계인은 세무서에서 차임과 보증금 등이 적힌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③ 공시되지 않은 임차인에게 유리한 변경은 새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따라서 차임 면제처럼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계약이 변경되었더라도, 정정신고를 통해 그 내용이 현황서에 기재되는 등으로 공시되지 않은 이상 새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④ 상계 약정은 계약 변경이 아니다.
대법원은 2013년 각서가 서로 다른 계약에서 생긴 차임채권과 기계대금채권을 대등액에서 소멸시키는 약정에 불과하고, 임대차계약 내용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했습니다.
3. 실무상 주의할 사항
가. 임차인의 경우
- 차임 감액·면제, 보증금 변경, 기간 연장 등 유리한 변경이 있으면 변경계약서를 쓰는 데 그치지 말고 반드시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 건물주의 다른 채무와 월세를 맞바꾸는 방식은 임대차 내용의 변경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월세를 실제로 조정하려면 임대차계약서 자체를 변경하는 형식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나. 건물 매수인·경매 참가자의 경우
- 세무서에서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를 열람해 공시된 보증금과 차임을 확인하세요. 원칙적으로 공시된 내용만 승계합니다.
- 다만 점유 관련 분쟁 등은 별도로 생길 수 있으니 현장 확인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이계형 변호사의 조력
법무법인 예헌은 부동산 분야 변호사들이 상가 임대차 승계와 대항력, 경매 낙찰 후 임차인 분쟁, 차임·보증금 청구 소송을 다수 수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안에 맞는 대응 방향을 제시해 드립니다.
상가건물 또는 주택 임대차 관계에 관하여 분쟁이 있으신 분은 이계형 변호사(khl@yehunlaw.com, 010-8904-5774)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