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5

사직서 썼는데 부당해고 주장 가능할까? — 대법원 2015다211630 판결

"회사에서 사직서를 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썼는데, 이게 부당해고 아닌가요?"

노동 분쟁 상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직서를 본인이 작성하여 제출한 경우 부당해고를 인정받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오늘은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다211630 판결을 중심으로, 사직서 제출이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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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개요

원고는 회사로부터 사직 권유를 받고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습니다. 원고는 회사 임원들이 사생활을 공개하겠다는 등의 위협을 가하며 사직을 강요하였고, 그에 따라 미리 작성된 쪽지의 내용대로 사직서를 작성하였으므로 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원심과 대법원 모두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로 종료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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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원면직의 법적 성격 - 해고인가, 합의해지인가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수리하는 의원면직 형식의 근로관계 종료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

즉, 사직서 제출의 외관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강요나 압박에 의한 것이라면 해고로 평가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합의해지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는 종래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에서 확립된 법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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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의 아닌 의사표시"의 의미 - 마음속 진심과 다른 개념

이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사직서 제출이 민법 제107조의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의 판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인의 직관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법리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사직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사직서를 냈다"**는 것은 법적으로 진의 아닌 의사표시가 아닙니다. 마음속 깊은 곳의 진심(=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과 의사표시(=사직)가 다르다고 해서 곧바로 비진의 의사표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이래 확립된 법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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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사건에서 합의해지로 본 근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합의해지로 판단하였습니다.

첫째, 회사 임원이 미리 작성한 쪽지대로 사직서 작성을 요구하였더라도, 원고로서는 그 요구를 거부하고 징계절차에서 사유를 다투는 것이 가능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요구에 응하여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습니다.

둘째, 원고는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서에서 사직서 제출 이유에 대해 "회사와 법적 다툼으로 가기보다 재취업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주장한 바 있습니다.

셋째, 원고는 사직서 제출 당시 실업급여 수령과 재취업에 불이익이 없는 일반적인 권고사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즉, 사직의 득실을 계산하여 본인의 이익을 위해 선택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원고는 징계절차 회부보다 사직을 통한 실업급여 수령 후 재취업이 더 낫다고 판단하여 본인의 의지로 사직 의사표시를 한 것이므로,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로 종료되었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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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실무상 시사점

이 판결은 권고사직 상황에서 근로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근로자 입장에서 유의할 점으로는, 사직서를 작성하는 순간 사후에 이를 다투기는 매우 어려워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회사의 권고에 응하기 전에 징계절차에서 다툴 가능성, 부당해고 구제신청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단순히 "어쩔 수 없이 썼다"는 주장만으로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나 진의 아닌 의사표시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해고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은 더 엄격합니다. 단순한 사직 권유를 넘어,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등 강박의 정도에 이르는 강요가 있었음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는 사생활 공개 위협 등을 주장하였으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권고사직 절차에서 강박으로 평가될 수 있는 언동을 삼가야 하며, 가급적 사직 권유의 경위와 근로자의 자발적 의사가 드러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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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사직서를 어쩔 수 없이 썼다"는 호소는 흔하지만, 법원이 이를 해고로 인정하는 기준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당시 상황에서 사직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한 의사표시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가 아니며, 사직 권유에 응한 것은 합의해지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권고사직 상황에 놓인 근로자라면, 사직서에 서명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여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번 작성된 사직서를 사후에 뒤집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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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 소개를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에 관하여는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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